스테로이드, 강도와 제형을 꼭 알고 쓰자
아토피를 비롯하여 습진성 질환인 한포진, 화폐상습진, 지루성피부염을 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스테로이드 연고를 손에 쥐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거 하루에 두 번만 바르세요"라고 말하더라도, 정작 어디에 어떤 강도의 약을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는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
하지만 집에 있는 스테로이드가 얼마나 내 몸에 작용하는지 모르고 그냥 무턱대고 발랐다간 큰일날 수 있다. 의사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이 약이 어떤 강도의 약인지는 꼭 물어봐야 하고, 부위에 따라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의 종류가 달라야 하니 이 글의 내용은 꼭 인지하도록 하자.
스테로이드 강도에 따른 분류
스테로이드는 작용 강도에 따라 보통 1등급(매우 강함)부터 7등급(매우 약함)까지 구분된다. 강한 약은 염증을 빠르게 잡을 수 있지만, 피부 위축, 혈관 확장, 스테로이드 여드름 등의 부작용 위험도 크다. 반대로 너무 약한 약은 병변을 다 잡기 전에 염증이 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같은 병변이라고 해도 바르는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피부 흡수율이 다르다. 예를 들어 얼굴은 피부가 얇아서 약한 약도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며, 반대로 손바닥이나 발바닥처럼 각질이 두꺼운 부위는 더 강한 약이 필요하다. 1등급의 경우에는 정말 주의하여 사용하길 바란다. 이 이상 더 강한 스테로이드 약은 없기 때문에, 자칫 잘못 쓴 뒤 리바운드가 오면 더 크고 힘들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는 효과가 강력한 만큼, 사용법을 잘못 알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제형에 따라 흡수율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용량이라도 실제 체내에 들어가는 약물 농도는 달라진다.
특히 연고 제형은 밀폐력이 높아 흡수율도 높다. 따라서 얼굴이나 목 같은 피부가 얇은 부위에는 연고보다는 크림이나 로션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대로 손발이나 발꿈치처럼 피부가 두껍고 각질이 많은 부위에는 연고가 적합하다.
- 얼굴/목/사타구니: 6~7등급 (Hydrocortisone 등)
- 팔꿈치/무릎 안쪽: 4~5등급
- 손바닥/발바닥/염증 심한 병변: 1~3등급 (Clobetasol 등)
아래 표에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요 스테로이드의 강도를 찾을 수 있다.
로션? 크림? 연고? 스테로이드 제형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약국이나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도포제를 받을 때, 용기나 제형이 다르다는 걸 느껴봤을 것이다. 실제로 스테로이드는 ‘같은 성분’이라도 제형에 따라 흡수율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병변의 부위와 상태에 따라 로션, 크림, 연고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로션
로션은 수분 함량이 가장 높고, 질감이 가볍다. 털이 많은 부위나 넓은 부위, 그리고 접촉 부위가 민감한 얼굴이나 목 등에 적합하다.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여름철 사용하기도 좋다. 하지만 수분이 많아 쉽게 증발하므로, 심한 건조증이나 병변이 깊은 부위에는 효과가 약할 수 있다.
크림
크림은 수분과 유분이 섞인 형태로, 로션보다 약간 무겁고 흡수가 느리지만, 일반적인 아토피 병변에는 가장 범용적으로 쓰인다. 끈적임이 적고, 사지 안쪽 주름 부위(팔꿈치 안, 무릎 뒤) 같은 부위에도 적합하다. 보습 효과도 적절하여 많은 환자들이 선호한다.
연고
연고는 유분 함량이 가장 높고 밀폐력이 강하다. 그만큼 스테로이드 성분의 흡수율도 가장 높아 효과가 강력하다. 주로 건조하고 각질이 심한 병변, 피부가 두꺼운 손바닥이나 발바닥, 혹은 염증이 심해 갈라지는 부위에 사용된다. 단점은 바르고 나면 끈적이고 번들거리는 사용감이다.
- 병변이 넓고 털이 많은 팔, 다리, 두피 👉 로션을 사용하는게 좋다
- 일반적인 염증과 가려움이 있는 부위 👉 크림을 사용하는게 좋다
- 갈라지고 딱딱한 부위, 심한 건조증 👉 연고를 사용하는게 좋다
피부과 방문 시 주의사항
우선 하고 싶은 말은, 의사를 무조건적으로 믿지 말고 왜 이걸 처방했는지, 얼마나 복용하는지 꼭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토피는 워낙 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에 여타 피부과 의사들 중 병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냥 먹는 스테로이드와 중강도 이상의 바르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진료를 1분만에 끝내버리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환자 본인이 치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병인 것이다)
리바운드는 특히 복용하는 스테로이드에서 많이 오기 때문에 최대한 먹지 않는게 좋으나, 권했다면 왜 그러했는지, 환부의 위치와 태선화 정도에 따라 적합한 강도의 스테로이드를 처방했는지, 얼마나 사용한 뒤 재방문할것을 권유했는지 등을 꼭 물어보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 많은 병원들이 에스테틱 위주로 바뀌어가는 마당이라 이 피부과가 정말 내 환부를 고쳐줄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 의사인지 꼭 따져봐야 한다)
이에 대해 전문성이 어느정도 확인된 의사라면, 상세한 상담을 통해 의사를 믿어보고 치료를 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