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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스테로이드 한방치료와 병행해도 될까?아토피 극복기 2025. 5. 7. 21:24
나도 그랬다. 처음 스테로이드를 썼을 땐 너무 효과가 좋아서 감탄했다. 일주일 넘게 덧나던 진물도, 밤새 긁던 가려움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연고를 끊자마자 며칠 만에 증상이 더 심하게 도졌고, 결국 "이거 평생 발라야 하나?"라는 불안감이 생겼다.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스테로이드를 '독'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이 리바운드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뒤늦게 알았다. 스테로이드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라, 그걸 ‘잘못 썼기 때문’이라는 걸. 많은 한의학 선생님들은 스테로이드 사용을 좋지 않게 바라보시지만, 아토피의 병리적 기전 상 스테로이드를 적절히 써가며 증상에 대한 치료와 근본에 대한 치료를 함께 하는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 글에서는 스테로이드 연고의 작용 원리부터,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 끊는 방법(테이퍼링), 병행 요법까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겠다.
1. 스테로이드는 어떻게 작동할까?
스테로이드 연고의 핵심 성분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GC). 이는 면역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염증이 생기면 우리 몸은 사이토카인, 프로스타글란딘, 류코트리엔 같은 염증 유발 물질을 분비하는데, 스테로이드는 이 물질들의 생성을 억제한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스테로이드는 세포 내 Glucocorticoid receptor에 결합해 항염증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고, 염증 유전자 전사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피부의 붓기, 발적, 가려움, 진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다.
2. 그런데! 왜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생길까?
스테로이드는 ‘잘만 쓰면 좋은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 피부 위축: 표피와 진피가 얇아지고, 모세혈관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
- 색소 침착/탈실: 장기 사용 시 피부가 검거나 하얗게 변할 수 있다.
-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증후군(RSS): 갑자기 끊을 경우 염증이 폭발하듯 도진다.
- 내성: 동일한 농도로는 효과가 점점 떨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이 두려워 ‘끊기’부터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줄이느냐다.
3. 한방치료와 스테로이드를 병행해도 괜찮을까?
나는 초기에 스테로이드만 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약과 병행 치료도 시도해봤다. 주변에서는 "몸이 망가진다", "간 수치가 올라간다"는 말도 많았지만, 실제로는 꽤 도움이 됐다. 다만, 여기에는 병리학적으로 구분이 존재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크게 두 가지 기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알레르기성 면역 과민 반응이다. 이는 체질적인 소인, 장내 환경, 면역계 불균형 등 내부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 부분은 한방에서 말하는 ‘열독’, ‘기혈허’, ‘비위허약’ 같은 체질과도 연결되며, 체내 조절 중심의 치료가 가능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적으로 알레르기 민감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두 번째는 습진성 경향과 외상에 의한 염증 반응이다. 아토피 환자들은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피부 장벽이 찢어진다. 이후 2차 감염과 염증이 유입되면서 피부가 점점 악화되는 구조다. 이 부분은 긁지 않고서는 제어가 어렵다. 한약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대응이 힘들다.
나 역시 여러 번 한방치료만으로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진물이 터지고 긁히는 순간 다시 스테로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약은 체질 개선의 용도, 스테로이드는 급성기 대응이라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한방과 양방은 상충하는 치료가 아니다. 오히려 체질 개선은 한약이, 급성기 염증 억제는 스테로이드나 프로토픽이 효과적이다. 나는 실제로 심할 땐 스테로이드를 짧게 쓰고, 안정기에는 한약으로 장 건강과 면역 균형을 잡는 식으로 병행했다. 그 결과, 재발 빈도도 줄었고 생활의 질도 개선됐다.
스테로이드 연고 4. 테이퍼링(Tapering)을 통해 한의학 치료와 스테로이드를 동시에
그럼 알레르기 체질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면, 증상에 대해 대처하기 위한 스테로이드는 언제, 얼마나, 사용해야 할까? 중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스테로이드를 무턱대고 끊으면 리바운드 증상이 심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테로이드를 바르면서 억제됐던 염증 물질이 갑자기 활동을 재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테이퍼링’, 즉 점진적 감량이다.
스테로이드 사용의 기본 원칙
- 최대한 적게 바르는게 기본 원칙이다.
- 절대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사용한다.
- 증상이 안정되면, 하루 1회 → 격일 → 주 2~3회로 점차 줄인다.
- 강한 스테로이드는 점점 저등급 제품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
스테로이드는 절대 장기 연속 사용하면 안 된다. 특히 고등급 스테로이드(예: 클로베타솔 프로피오네이트)는 최대 2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이후엔 약한 약으로 전환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로테이션 전략을 추천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기에 얼마나 약을 사용하고 끊을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진행해야한다. 나의 경우, 한의원을 다니면서 양방치료도 함께 받았는데, 선생님이 오라고 할 때 주 2회든 주 3회든 퇴근하고 꼭 방문해 환부를 보여드리고 스테로이드 사용 타이밍을 함께 잡아나갔다. 중단 타이밍이나 사용 강도에 대해서는 꼭 전문가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대충 판단하고 집에있는 스테로이드를 아무거나 발랐다가는 자칫 리바운드와 태선화가 함께 오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2주 사용 → 2주 휴식
- 혹은 3일 사용 → 4일 휴식
- 또는 고등급을 초기에 3~5일 집중 사용 후, 저등급으로 유지
- 스테로이드는 강도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이에 대한 글은 여기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https://honeyecon.tistory.com/6
스테로이드는 ‘불 끄는 약’이다. 근본적인 피부장벽 회복이나 면역 조절은 스테로이드 외의 방법으로 병행해야 한다.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것이 스테로이드다. 이는 아토피 뿐만 아니라 다른 습진성 질환인 한포진, 화폐상습진, 지루성피부염에도 동일하게 작동된다. 병리학적으로 병의 근간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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